보도자료

[기고] 시민운동장 야구장 리모델링(15.03.03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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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3-18 13:5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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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대구 시내 도심을 걸어보았다. 발길이 닿은 곳은 시민운동장이었다. 그곳을 거닐면 한때 고교 야구의 뜨거운 응원 함성과 1980년대 프로야구 출범 즈음 관심을 가진 시민들의 웅성거림이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그리고 야구장 인근 선술집에서 야구경기 관람 후 승패에 따른 관전평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던 추억도 떠오른다. 1948년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대구 도심에 자리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대구시민들의 삶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담아낸 의미 있는 추억의 장소이다.

지난 2월 12일 대구시 주최로 ‘시민운동장 도심복합 스포츠타운’ 조성과 관련해 북구 고성동 주민의견 수렴 간담회가 열렸다. 대체로 축구전용경기장 및 사회인 야구장, 복합스포츠타운을 20150302_194956000.jpg건설하자는 의견과 도심 편의시설 및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대구시에서도 시민운동장의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보건대, 시민운동장 후적지 개발, 특히 대구시민의 삶의 한 부분이었던 야구장의 리모델링 사업은 완전 철거보다는 시민들의 추억과 현재의 삶도 잘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진행되었으면 한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자. 영국 런던은 폐쇄된 수력발전소를 현대미술의 중심지라 불리는 테이트모던 미술관으로 만들었고, 템스강변의 와핑화력발전소를 개조하여 레스토랑, 상점, 주점, 패션마켓 등 런던 관광을 주도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미국의 볼티모어는 화력발전소를 하드록카페, 서점, 그리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야구경기를 중계하는 ESPN Zone 등 고유한 그 도시의 문화를 반영한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그리고 요코하마의 젊은 시장 히로시 나카다(2002년 취임 당시 37세)는 전통을 보존하는 방식의 도시 재생을 통해 요코하마를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변모시켰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시민의 애정이 담긴 건축물의 원형을 보존하여 시민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대구시민운동장 리모델링은 신중해야 한다. 야구장을 상징하던 조명시설과 스탠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인조잔디구장을 대구시민광장으로, 외야석은 개방하고 1, 3루 복도와 관중석을 갤러리와 카페가 어우러진 예술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본가가 고성동인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은 야구장 인근인 산격동을 배경으로 그림을 다수 그렸고, 또한 1930~40년대 최고의 인물화가라 불린 이쾌대의 고향 역시 칠곡이라고 하니 상징성도 충분하다. 예술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체육 분야 등 기라성 같았던 대구 선구자들의 명예의 전당을 조성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야구장의 조명시설은 철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리모델링된 야구장의 상징물로 남겨두고 주변에 야구 관련 조형 작품과 시민운동장과 함께 성장한 대구 야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콘텐츠를 전시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인근 오페라하우스 및 새로 건설될 삼성창조경제단지와 연계, 대구 시내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리모델링안을 세웠으면 한다.

시민운동장 야구장 리모델링은 우리가 지금껏 간과해왔던 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양적 성장과 개발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재창조된 시민운동장 야구장이 시민들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곳에서 힐링하고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대구의 근대골목, 향촌동, 북성로를 거쳐 시민운동장까지 걸으며 대구와 함께한 내 젊은 시절과 잠재력이 용솟음치는 대구의 밝은 미래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류형우/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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